에너지는 연속적일까, 불연속적일까?

고전물리학의 연속적인 에너지 변화와 원자 속 전자의 불연속적인 에너지 준위를 비교한 과학 일러스트
 공 하나를 손으로 위로 던져 보겠습니다.

공은 손을 떠나 위로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빠르게 움직이지만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하면 잠시 멈춘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의 운동에너지는 어떻게 변할까요?

공이 올라갈수록 운동에너지는 조금씩 줄어듭니다. 반대로 높이가 높아지면서 위치에너지는 조금씩 커집니다. 이때 에너지는 갑자기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변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움직임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자처럼 아주 작은 세계에서도 에너지는 항상 이런 방식으로 변할까요?

양자역학은 이 질문에 새로운 답을 제시했습니다.

고전물리학에서 에너지는 연속적입니다

먼저 고전물리학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공이 위로 올라가는 동안 운동에너지가 2줄에서 1줄로 줄어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공의 운동에너지는 정확히 2줄이었다가 곧바로 1줄로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이에는 1.9줄, 1.5줄, 1.2줄처럼 다양한 값이 존재합니다. 1과 2 사이에 있는 어떤 값도 원칙적으로 가질 수 있습니다.

즉, 에너지가 특정한 단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값까지 연속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고전물리학에서 말하는 에너지의 연속성입니다.

양자역학에서는 에너지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원자 속 전자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원자에 묶여 있는 전자는 고전물리학에서 생각했던 공처럼 아무 에너지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상태가 특정한 값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해를 위해 두 가지 에너지 상태만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낮은 상태의 에너지가 1이고 높은 상태의 에너지가 2라면, 전자는 1이나 2에 해당하는 에너지 상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있는 1.5라는 에너지 상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실제 원자에는 두 개가 아니라 여러 에너지 준위가 존재합니다. 여기서 숫자 1과 2는 에너지 준위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가상의 값입니다.

이처럼 원자에 묶인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상태가 특정한 값으로 제한되는 현상을 에너지의 양자화라고 합니다.

경사로와 계단으로 이해하는 차이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의 차이는 경사로와 계단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경사로에서는 어느 높이에 있든 그 사이의 다양한 위치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반면 계단에서는 정해진 높이의 계단에 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

에너지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이해할 때도 비슷한 비유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분 고전물리학 양자역학
에너지 상태 연속적인 값 가능 허용된 에너지 상태 존재
비유 경사로 계단
1과 2 사이 1.5, 1.7 등 가능 허용되지 않은 상태는 불가능
대표적인 사례 공의 운동에너지 원자에 묶인 전자의 에너지 준위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자역학에서 모든 에너지가 불연속적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입자는 연속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원자에 묶인 전자처럼 특정한 조건에 놓인 계에서 에너지 준위가 불연속적으로 나타납니다.

프랑크-헤르츠 실험은 무엇을 보여주었을까요?

이러한 에너지의 불연속성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실험이 있습니다. 바로 1914년 제임스 프랑크와 구스타프 헤르츠가 수행한 실험입니다.

<이미지 2 삽입: 프랑크-헤르츠 실험 장치>

  • 파일명: franck-hertz-experiment.jpg

  • 이미지 제목: 프랑크-헤르츠 실험 장치

  • ALT: 수은 증기가 들어 있는 유리관 안에서 전자가 원자와 충돌하는 프랑크-헤르츠 실험 장치

  • 캡션: 전자를 가속해 수은 원자와 충돌시키고, 전류의 변화를 측정한 실험입니다.

두 과학자는 수은 증기가 들어 있는 유리관 안으로 전자를 보내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전자에 가하는 전압을 조금씩 높이면서 전류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습니다.

처음에는 전압이 높아질수록 전류도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특정 전압에 도달하자 전류가 갑자기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가속된 전자가 약 4.9전자볼트(eV)의 운동에너지를 얻으면 수은 원자와 비탄성 충돌을 일으켜 원자에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은 원자는 이 에너지를 받아 들뜬 상태가 되고, 전자는 그만큼 운동에너지를 잃습니다.

중요한 점은 수은 원자가 내부 에너지 상태를 바꾸기 위해 약 4.9eV에 해당하는 특정한 에너지를 받아야 했다는 것입니다. 전자의 운동에너지는 실험에서 연속적으로 조절했지만, 수은 원자의 들뜸에는 특정한 에너지 차이가 필요했습니다.

이 실험은 원자의 에너지 상태가 불연속적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수소 원자의 빛도 같은 사실을 보여줍니다

원자의 에너지 상태가 특정한 값으로 정해져 있다는 사실은 빛을 분석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소 원자에 에너지를 공급하면 원자는 특정한 파장의 빛을 방출합니다. 이 빛을 분광기로 관찰하면 무지개처럼 모든 색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위치에 선명한 선들이 나타납니다.

이는 전자가 서로 다른 에너지 상태 사이를 전이하면서 그 차이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빛으로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원소마다 에너지 준위가 다르기 때문에 방출하는 빛의 파장도 다릅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스펙트럼을 분석해 별에 어떤 원소가 들어 있는지 알아내기도 합니다.

전자는 어떻게 에너지 상태를 바꿀까요?

그렇다면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전자가 높은 상태로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자는 외부에서 빛을 흡수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흡수하는 에너지는 두 에너지 상태의 차이와 일치해야 합니다.

반대로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던 전자가 낮은 상태로 바뀌면 그 차이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빛으로 방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의 변화를 에너지 전이라고 부릅니다.

전자가 한 에너지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뀌는 것을 흔히 '양자 도약'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자가 작은 공처럼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순간 이동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양자역학에서 전이는 전자의 상태가 바뀌는 현상을 설명하는 표현입니다.

작은 세계에서 달라진 에너지의 법칙

우리는 공이 움직이고 물체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에너지가 조금씩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현상은 고전물리학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 속 전자를 관찰하면 익숙한 생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납니다. 전자는 원자에 묶여 있을 때 아무 에너지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허용된 에너지 상태를 갖습니다.

고전물리학이 자연의 움직임을 연속적인 변화로 설명했다면, 양자역학은 아주 작은 세계에서 에너지가 특정한 상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자연의 모습은 세상의 모든 크기에서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익숙한 세계와 아주 작은 세계 사이에는 우리가 새롭게 이해해야 할 차이가 존재합니다.

참고 논문 및 과학 자료

이번 글의 내용을 더 깊이 살펴보고 싶다면 다음 자료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프랑크-헤르츠 실험의 역사와 의미

    • Clayton A. Gearhart (2014)

    • The Franck-Hertz experiments, 1911–1914: Experimentalists in search of a theory.

    • 논문 DOI 바로가기

  2. 프랑크-헤르츠 실험의 물리적 원리

  3. 원자 에너지 준위와 스펙트럼 데이터

이 자료들은 원자의 에너지 상태가 어떻게 실험적으로 확인되고 측정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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